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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할 때 받을 돈이니까, 회사에서 알아서 준비해 두겠지.” 직장생활을 오래 해도 퇴직금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월급은 통장에 들어오는 걸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퇴직금은 퇴사할 때가 돼서야 신경 쓰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장부에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금액이 적혀 있어도, 그 돈을 실제로 마련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퇴직급여를 회사 바깥에 미리 적립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름은 조금 어렵지만, 핵심은 “직원에게 줄 퇴직금을 회사 운영자금과 분리해 두자”는 것입니다.

2026년 10월 29일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제도가 언제 바뀌는지부터 지금 일하는 사람의 퇴직금은 어떻게 되는지까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확인하세요

이번 내용은 2026년 10월 29일 발표된 정부·당정 추진 방안입니다. 법률 개정과 국회 심의가 남아 있어 세부 규칙이나 시행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한눈에 보는 핵심 변화

• 2028년 1월: 1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의무화 추진

• 2029년 1월: 10~99인 사업장으로 확대 추진

• 2030년 1월: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추진

• 법 시행 전 근속기간에는 사외적립 의무를 소급 적용하지 않는 방침

• 퇴직연금 미도입 사업장 지원·자동가입·제재 방안도 함께 추진

왜 바꾸는 걸까요?

퇴직금을 회사 안에서 관리하는 방식 자체가 무조건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기존 퇴직금제도에서는 회사가 퇴직할 때 지급할 의무를 지고, 그에 필요한 자금을 내부에서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장부에 적혀 있는 퇴직금과 당장 지급할 수 있는 현금이 꼭 같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매출이 줄거나 거래처에서 돈을 받지 못하면 회사는 임대료, 원자재비, 직원 월급처럼 당장 나가는 비용부터 감당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자금 사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직원 여러 명이 퇴사하면, 퇴직금 지급이 밀릴 위험이 커집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임금체불액 중 퇴직금 체불이 차지한 비중은 41.1%, 금액으로 약 8,229억원이었습니다. 상당히 큰 규모죠. 이번 제도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퇴직급여 재원을 회사 밖에 적립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퇴직금과 퇴직연금은 어떻게 다를까요?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지만 돈을 관리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회사 인사팀에서 “우리는 DB형이에요” 또는 “DC형이에요”라고 했다면 이미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존 퇴직금제도

회사가 퇴직할 때 법정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회사 내부에서 지급 재원을 관리하는 경우에는 자금난 때 체불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DB형(확정급여형)

퇴직급여 산정 방식이 정해져 있고, 회사가 운용과 적립 책임을 집니다. 금융기관에 적립하지만 적립 수준과 지급 책임은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DC형(확정기여형)

회사가 정해진 부담금을 근로자 계좌에 납입하고, 근로자가 운용을 선택합니다. 납입 여부와 운용 결과가 중요합니다.

IRP(개인형 퇴직연금)

이직·퇴직 때 퇴직급여를 받거나 개인이 추가 납입해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계좌입니다. 회사의 퇴직급여제도 자체와는 역할이 다릅니다.

자주 하는 오해

“퇴직연금에 가입했으니 내 퇴직금은 100% 안전하다”는 말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DB형은 적립 기준 충족 여부를, DC형은 회사의 부담금 납입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언제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정부가 제시한 순서는 직원 수가 많은 회사부터 시작해 작은 회사로 넓혀 가는 방식입니다. 다만 아래 날짜는 입법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는 전제의 추진 일정입니다.

2028년 1월 · 100인 이상 사업장

대규모 사업장부터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의무화하는 첫 단계입니다.

2029년 1월 · 10~99인 사업장

중소규모 사업장으로 의무화 범위를 확대하는 두 번째 단계입니다.

2030년 1월 · 10인 미만 사업장

소규모 사업장까지 제도를 확대해 전체 사업장에 적용하는 계획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원 기준을 사업장별로 어떻게 계산할지, 중간에 직원 수가 달라지면 어떻게 적용할지는 시행령 등 세부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 직원이 98명인 회사가 내년에는 102명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미 일한 기간의 퇴직금은 어떻게 될까요?

오래 근무한 분이라면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하실 겁니다. 예를 들어 2015년부터 일해 온 직원이 있다고 해볼게요. 2028년에 새 제도가 시작되면 회사가 그동안 쌓인 퇴직금 전체를 한꺼번에 금융기관으로 옮겨야 할까요?

정부의 10월 29일 발표는 의무화 시행 시점 이후에 발생하는 계속근로기간부터 사외적립 의무를 적용한다는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즉, 제도 시행 전에 이미 일한 기간까지 소급해 외부에 적립하도록 강제하지는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과거 근속기간의 퇴직금을 못 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퇴직급여를 받을 권리와 사외적립을 의무화하는 범위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기존 근속기간에 대한 회사의 퇴직급여 지급 의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자가 꼭 기억할 부분

사외적립 의무화가 시작된다고 과거 퇴직금이 자동으로 전액 외부로 옮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근속기간의 지급 책임, 새 제도 전환 방식은 법 개정 후 회사에 확인해 보세요.

 

작은 회사도 감당할 수 있을까요?

회사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현금 흐름입니다. 장부로 관리하던 퇴직급여 재원을 매년 실제 돈으로 외부에 납입해야 한다면, 인건비 외에 따로 마련해야 할 자금이 생기는 셈입니다.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그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정부도 이 부분을 고려해 지원책을 제시했습니다. 30인 미만 사업장이 의무화 시점보다 먼저 퇴직연금을 도입하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 부담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입니다. 발표된 기준은 최저임금 130% 미만 근로자의 사용자 부담금 10%입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이 새로 퇴직연금을 도입할 때는 경영자금 융자금리의 2%포인트를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관련 예산은 총 122억원이 정부 예산안에 반영돼 있습니다. 다만 실제 지원을 받으려면 세부 자격, 신청기간, 예산 확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제도를 끝내 도입하지 않는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인 푸른씨앗에 자동가입시키고, 의무 불이행에 대해서는 과태료 등 제재를 검토한다는 계획도 나왔습니다. 역시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최종 법령을 봐야 합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또 무엇일까요?

사외적립 의무화가 퇴직금을 회사 밖에 두는 문제라면, 기금형 퇴직연금은 모아 둔 돈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운용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기존에는 회사가 금융기관과 계약해 운용하는 방식이 중심이었습니다. 기금형은 여러 사업장의 적립금을 모아 전문 수탁기관이 운용하도록 해 규모와 전문성을 높이려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공공·금융권·노사 등이 참여하는 기금 운영 형태를 추진하고, 수탁자 책임과 감독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그렇다고 전문기관이 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익이 높아질 가능성만큼 시장 상황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살펴야 합니다. 특히 DC형처럼 개인의 운용 성과가 퇴직 후 자금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더 그렇습니다.

 

지금 내가 확인할 세 가지

“아직 시행까지 시간이 남았는데 지금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내 퇴직급여가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는 알아두는 편이 좋습니다. 회사에 어려운 자료를 요구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음 세 가지만 차례대로 확인해 보세요.

① 우리 회사 퇴직급여제도는 무엇인가요?

인사·급여 담당자에게 퇴직금제도인지, DB형 또는 DC형 퇴직연금인지 물어보세요. 근로계약서나 회사의 퇴직연금 안내자료도 살펴보면 좋습니다.

② 실제 납입과 적립 현황을 확인할 수 있나요?

DC형이라면 본인 계좌의 부담금 납입 내역을, DB형이라면 회사의 적립 관련 안내와 법정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해 보세요.

③ 회사가 바뀌는 제도에 어떻게 대응하나요?

회사는 전환 계획과 예상 부담금을 확인하고, 근로자는 제도 변경이 퇴직급여 산정·수령 방식에 미칠 영향을 설명받는 것이 좋습니다.

퇴직 뒤 지급이 지연된다면 원칙적으로 퇴직일부터 14일 이내 지급 규정을 확인하고, 회사와 지급 일정을 협의하거나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상담·진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에 따른 지급기일 연장 합의 등 예외도 있으므로 상황별로 살펴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정책이 환영받는 가장 큰 이유는 퇴직금이 종이 위 숫자가 아니라 실제 지급할 준비가 된 돈이 되도록 하겠다는 데 있습니다. 다만 제도가 시행돼도 적립 상태를 계속 점검하고,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을 마련하는 일이 함께 가야 하겠죠.

자주 묻는 질문

Q. 2028년부터 모든 회사가 바로 의무화되나요?

A. 아닙니다. 정부안은 2028년 1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해 2030년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합니다.

Q. 지금까지 일한 기간의 퇴직금도 모두 외부에 적립하나요?

A. 발표된 방안은 시행 이후 발생하는 근속기간부터 의무화한다는 방향입니다. 이전 근속기간의 퇴직급여 지급 권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Q. DB형이나 DC형이라면 별도로 신청해야 하나요?

A. 이미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 제도 자체를 처음부터 새로 가입할 필요는 없을 수 있습니다. 회사의 적립·납입 상태와 향후 변경 사항을 확인하세요.

Q. 작은 회사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A. 조기 도입 중소기업에 대한 부담금 일부 지원과 융자금리 지원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실제 신청 가능 여부는 법과 예산, 세부 공고를 확인해야 합니다.

Q. 기금형 퇴직연금이 생기면 수익률이 반드시 높아지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문 운용을 통해 수익률 개선을 기대하는 제도지만 수익이나 원금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Q. 회사에서 퇴직금을 안 주면 어떻게 하나요?

A. 퇴직 후 법정 지급기한과 합의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관할 고용노동관서에 상담하거나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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