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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속에서 풀냄새 맡으며 걷기」


서울이라는 도심에서 풀냄새를 맡으며 출퇴근하기란 행운인 것입니다. 저에게는. 

 

집 근처에 조그마한 동산인 '성미산' 이 있습니다. 

물론 한강도 있고 공원도 있지만 그 곳은 작정을 하고 가야 하지만 집 앞 동산은 밥 먹고 그저 산책을 하러 다녀올 수 있는 힐링 공간이지요.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상가건물들이 즐비하지만 반대쪽은 성미산을 등지고 도로에 팔을 드리우고 있지요. 

작은 산이어도 산은 산입니다. 

봄이 되면 아카시아 꽃을 피워 아카시아향을 아낌없이 내어주기도 하고, 아카시아 향기를 거둬들이고 나면 밤꽃향기를 뿌려주지요.  

 

도심속 콘크리트 건물이 싫을 때가 많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있기를 원하지만 자연과 함께 할 수 없는 곳에 살고 있기에 자연을 그리워하는 순간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며, 저녁에 퇴근하는 길은 언제가 나를 반겨주는 숲을 따라 걸어갑니다. 

 

비가 온 뒤에는 기분 좋은 풀내음을 선사해 주지요. 

기분이 우울할 때는 일부러 숲을 따라 걸으며 풀내음을 한 껏 들이마십니다. 온 몸에 신선한 공기가 가득 채워지도록 말입니다.  사실 한쪽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매연이 가득하고 한쪽은 산에서 내어주는 신선한 공기가 가득한 이중적인 거리이지요. 

 

깊은 숨을 들이 마실때는 이것이 매연인지 신선한 공기인지 저도 잘 모릅니다. 

단지 매연보다는 풀냄새가 가득하기에 신선한 공기라고 착각을 하는 것이지요. 

 

천천히 천천히 풀냄새로 음미하며 숲을 바라보다 보면 바쁜 일상에서는 그저 스쳐지나가기에 볼 수 없었던 아주 사소한 것들이 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작은 들꽃도 수줍게 피어올라 하늘거리구요.. 산아래 담을 따라 길게 드리워진 덩쿨식물은 봄을 맞아 새싹을 틔워 파릇파릇 올라오지요.  

비 온 뒤에는 방울방울 맺혀있는 물방울이 반짝이기도 합니다.. 신비로운 광경을 선사해 주지요. 

 

느리게 걷가 보면 주위가 보이고 주위를 둘러보면 사소한 것들에 의미가 부여되지요. 

그렇게 나의 삶이 풍부해 집니다.  작은 사소한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말이지요. 

 

아주 짧은 거리입니다.. 성미산을 따라 걷는 길은 아주 짧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이 최고의 힐링 시간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바라보게 되기에 참으로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이런 공간들이 쌓여 추억이 되겠지요.. 그 추억이 쌓여 삶을 만들어 가겠지요. 

아련한 추억이 깃든 영화처럼 말이지요. 

 

내 삶은 언제나 해피앤딩 영화처럼 아름다울 것입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남아있는 공중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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